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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수 세기 전 녹서스의 가장 오랜 혈통 중 하나인 키테라 가문의 아가씨로 태어났으며 약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움의 힘을 빠르게 배웠다.
그녀는 성인이 되자 자번 가문의 후계자인 베르홀트와의 교제를 계획했다. 많은 이는 자번 가의 자금으로 키테라 가의 가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엘리스는 장래의 남편을 유혹하는 데 공을 들였고, 결혼을 반대하는 자를 조종하여 약혼을 받아 냈다.
사실 이 정치적 결혼은 엘리스도 모르게 제국 전역의 배후에서 일하는 그림자 세력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되어 있었다. 베르홀트 자번은 훨씬 더 큰 게임의 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엘리스가 베르홀트를 그렇게 완전히 지배하는 것은 뜻밖의 전개였다. 그가 자번 가의 얼굴로 남아 있는 동안 누가 실세였는지는 분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적개심도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저녁, 평소대로 냉랭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베르홀트는 엘리스의 와인에 독을 넣었다고 밝히며 엘리스에게 사교계에서 물러나고 그에게 권력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엘리스는 그가 해독제를 갖고 있을 거라 여기고,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에게 용서를 빌며 후회하는 척 연기했다. 그가 넘어온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칼을 움켜쥐고 그의 가슴에 꽂았다.
엘리스는 해독제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동안 몸져누워 있었다. 그러던 중 백색 부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수수께끼 같은 '검은 장미단'의 여자는 믿을 만한 사람들 간 비밀 지식과 마법을 공유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알려 주지 않는 비밀 조직에 대해 말해 주었다. 사실, 백색 부인은 자신에게 맹세한 이상 누가 각 귀족 가문을 관리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엘리스는 백색 부인의 노예나 다름없었던 베르홀트를 죽였으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더 적합한 대체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테니까.
더 큰 권력을 향한 길을 본 엘리스는 과거의 몇몇이 그랬듯 조직에 합류했다. 그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원과 자주 만나면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힌 계략의 거미줄 속에서 경쟁자를 방해했다. 두 가문의 자산을 모두 소유한 그녀를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이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설득'하는 일에 능숙해져 갔다.
그러던 중 그녀는 검은 장미단에 큰 의미를 지닌 물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래전 그림자 군도에 숨겨져 있다고 전해 내려오는, 산-우잘이라 알려진 고대 군주의 두개골이었다. 백색 부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회를 노리던 엘리스는 빚더미에 시달려 돈이 간절하게 필요한 선장을 찾아 소수의 추종자와 함께 저주받은 도시 헬리아로 향했다. 잿빛 모래가 펼쳐진 해변에 상륙한 그들은 악령에게 시달리며 잃어버린 창고를 부질없이 찾았다.
하지만 엘리스는 예상치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혔던 과거의 한 생명체가 도시 아래 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이 비대한 괴물은 거미 신 썩은 아귀였다. 괴물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침입자들을 집어삼킨 뒤 엘리스의 어깨에 송곳니를 내리꽂았다. 엘리스는 송곳니의 독이 그녀의 몸을 끔찍하게 변형시키자 울부짖고 경련을 일으키며 넘어졌다. 그녀의 척추가 요동쳤고 피부에서는 거미 다리가 튀어나왔다.
마침내 변형의 고통에 숨도 못 쉬며 괴로워하던 엘리스는 몸을 돌려 그녀 위로 어렴풋이 나타나는 새 주인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들은 무언의 이해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서둘러 해변으로 돌아왔다. 뒤틀린 숲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동안 군도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몇 주 후, 그녀의 배가 한밤중에 녹서스의 수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엘리스는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배에 남아 있는 유일한 생명체는 엘리스뿐이었다.
비록 군주의 두개골에 대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백색 부인은 엘리스에게서 위험한 새 재능, 즉 녹서스와 그림자 군도 사이를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합의를 맺었다. 검은 장미단이 엘리스에게 거미 신에게 제물로 바칠 끝없는 희생양을 제공하는 대신 엘리스는 그 무서운 미지의 해안에서 힘을 지닌 유물을 되찾아 오기로 했다.
엘리스는 자번 가의 버려진 저택으로 다시 돌아가, 범접할 수 없는 아리따운 은둔자가 되었다. 불멸의 미모를 가졌다는 둥, 먼지 쌓인 허름한 저택에서 무시무시한 괴물과 살고 있다는 둥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엘리스는 거미 신의 부름을 느낄 때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불운한 구혼자나 쉽게 휘둘리는 자들을 데리고 검은 안개의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동행한 자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